[제107차 통일학포럼] 대만 유사시 한국의 군사적 선택지와 강대국 외교
- 일시: 2025년 4월 11일 금요일 14:00 – 15:30
- 장소: 온라인 화상회의(ZOOM)
- 연사: 김인욱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사회: 천해성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 / 前 통일부 차관)
- 주제: 대만 유사시 한국의 군사적 선택지와 강대국 외교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김인욱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모시고 2025년 4월 11일 금요일 ‘대만 유사시 한국의 군사적 선택지와 강대국 외교’라는 주제로 제107차 통일학포럼을 개최하였다. ‘통일학포럼’은 2006~2020년 총 75회 진행된 ‘통일정책포럼’을 확대·개편한 것으로 현재 제107차를 맞는다. 이번 포럼에서는 천해성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이 사회를 맡았고, 환영사와 함께 포럼의 막을 열었다.
이번 포럼에서 김인욱 교수는 대만 유사시를 가정했을 때 한국이 직면하게 될 군사적 선택지와 외교적 전략 공간을 중심으로 발표를 진행하였다. 그는 대만 유사시 한국의 대응을 논의할 때 흔히 나타나는 네 가지 한계점을 우선 지적했다. 첫째, 한국의 논의는 대부분 미국의 요청에 대한 반응으로 제한되는 ‘수동적(reactive)’ 사고에 머물러 있고, 둘째, 한번 선택한 정책이 고정된다는 ‘정적(static)’ 전제를 깔고 있으며, 셋째, 가능한 옵션을 매우 제한적으로만 상정하는 ‘부분적(partial)’ 접근이 많고, 넷째, 중국 변수는 배제되고 미국 중심으로만 사고하는 ‘미국 중심적(US-centric)’ 시각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경향을 극복하고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과 협상 여지를 확보하기 위한 분석틀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김 교수는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군사 옵션을 네 가지 범주, 즉 ‘현상 유지, 후방 지원, 전방 기지화, 직접 참전’으로 구분한 뒤, 각각의 의미와 외교적 파급효과를 차례로 설명하였다. 이에 앞서 한국 대외정책의 변화 흐름도 함께 짚었다. 그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왔으나, 2021년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대만 해협’이 언급되며 기조 변화가 시작되었고,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 등에서 대만 문제가 ‘국제적’ 차원의 사안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점을 지적하였다.
김 교수는 대만 문제가 한국의 직접적 핵심 이익은 아닐 수 있지만, 미국의 군사 기여 요구와 중국의 보복 가능성 사이에서 한국이 실질적 영향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는 이를 전통적인 동맹이론의 핵심인 ‘연루(entrapment)’와 ‘방기(abandonment)’의 딜레마에 비추어 해석하였으며, 한국이 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조건부 참여’와 ‘사전 조율’ 등 외교적 수단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후 김 교수는 첫 번째 옵션인 ‘현상 유지(Status Quo)’ 방식을 설명하며, 이는 한미동맹의 역할을 대북 억지에 한정하고 한국 영토 사용과 주한미군 전력의 타 전장 차출을 불허하는 접근이라고 보았다. 하위 유형으로는 방관자(완전한 불개입), 인도적 지원 등 중립적 대응, 비살상 물자 지원 및 제재 참여 등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한반도 안보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다만 미국의 불만과 압박, 주한미군 운용 관련 불확실성, 그리고 중국의 회색지대전 대응 등의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지적하였다.
두 번째 옵션은 ‘후방 지원(Rear Support)’으로, 주한미군 기지를 활용한 물자 지원, 정비 및 의료, 유입·경유 기지 역할 수행 등 제한된 방식의 지원을 의미한다. 이는 군사 개입의 수위를 낮추면서도 미국과 중국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며 균형을 찾을 수 있는 방식이며, 외교적으로 확전 관리를 조건으로 한미간 조율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였다.
세 번째 ‘전방 기지화(Forward Basing)’는 오산·군산 등 주한미군 기지를 직접적인 대중 군사작전 기지로 사용하는 경우로, 김 교수는 이 옵션이 한반도를 중국의 선제타격 범위로 끌어들이고 북한과의 연계 도발 가능성까지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선택지라고 평가하였다. 이 경우 미국에는 강력한 확전 억제력 제공을 요구하고, 중국에는 한국 영토 공격이 곧 참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네 번째이자 가장 고강도 선택지인 ‘직접 참전(Direct Participation)’의 경우, 미 해군 및 공군 자산 호위, 서해상 작전, 대만 전구로의 파병까지 포함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이 옵션은 미국으로부터 동맹국으로서의 높은 신뢰와 기술적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중국과의 정면 충돌 및 핵 확전 가능성, 북한의 연계 행동 등 막대한 위험이 수반된다고 분석하면서도 직접 참전의 실현가능성은 낮다고 보았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김 교수는 본 연구가 전면전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분석되었음을 전제하며, “대만 전쟁은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파가 매우 클 수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더라도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하였다. 김 교수는 이러한 접근이 “핵전쟁의 가능성이 낮더라도 각국이 대응 계획을 갖추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하였다. 이어 “한국의 다양한 군사적 개입 수준과 이 과정에서 미국 및 중국과 협상할 수 있는 외교적 이슈들은 한국뿐 아니라 유사한 상황에 처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에게도 참고할 수 있는 분석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늘 제시한 네 가지 역할과 각 군사 옵션별 외교적 대응책은 “최종 목록이 아니라 1차적인 정리이며, 실제 정책 상황에 따라 조정되거나 옮겨질 수 있는 내용들”이라며, “지속적인 토론의 대상”임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