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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차 통일학포럼] 복잡한 국제정세 속 북한 핵문제의 재조명

IPUS 오늘의 TV  통일학 포럼  통일학 포럼/세미나  2025.07.25

 

  • 일시: 2025년 7월 22일 화요일 14:00-15:40
  • 장소: 온라인 화상회의(ZOOM)
  • 연사: 구양모 (미국 노르위치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 사회: 이경석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 주제: 복잡한 국제정세 속 북한 핵문제의 재조명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구양모 미국 노르위치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를 모시고 2025년 7월 22일 화요일 “복잡한 국제정세 속 북한 핵문제의 재조명”이라는 주제로 제110차 통일학포럼을 개최했다. ‘통일학포럼’은 2006 – 2020년 총 75회 진행된 ‘통일정책포럼’을 확대·개편한 것으로 현재 제110차를 맞는다. 이번 포럼에서는 이경석 인천대 정치외교학 조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환영사와 함께 포럼의 막을 열었다.

 

구양모 교수는 현재 북한 핵 문제가 단순히 한반도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신냉전’이라는 거대한 지정학적 구조 속에서 속에서 고착화된 위기에 이르렀다고 진단하는 한편, 이 난제를 풀어가기 위한 현실적인 해법과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함께 제시했다.

구 교수에 따르면, 과거 냉전이 미국과 소련의 양극 체제였다면 신냉전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이 경쟁하는 다극 체제이며, 이념적으로도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의 대결이 아닌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구도로 변화했다. 특히 경제적으로는 과거의 완전한 분리상태와 달리,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깊은 상호의존관계가 얽혀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군사·기술 분야 역시 직접적 ‘대결(confrontation)’에서 치열한 ‘경쟁(competition)’으로 양상이 바뀌었고, 문화적으로도 단절이 아닌 교류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복잡성을 띤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신냉전 구도는 한반도 주변에서 네 가지 핵심적인 현상으로 구체화되었다. 첫째는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이고, 둘째와 셋째는 이에 따른 동북아 내 선명한 블록 대결로 나타났다. 한편에서는 한일 관계 개선을 발판 삼아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이 전례 없이 강화되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중·러 3국의 연대 또한 공고해진 것이다. 넷째는 가상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현 시 예상되는 동맹 정책의 변화와 예측 불가능성의 증대이다. 이 네 가지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딜레마’는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모든 논의의 기본 배경이 되고 있다.

 

구 교수는 이러한 국제 정세의 변화가 북한 핵 문제에 미치는 영향이 ‘신냉전의 진화’ 과정에 따라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신냉전의 초기 및 개발 단계(Initiation Phase 2008-2009)에서 북한은 국제 제재와 위협 속에서도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2017년 중국과 러시아까지 동참한 강력한 제재와 미국의 선제공격 위협에도 불구하고 6차 핵실험과 ICBM 개발을 강행한 것이 그 예이다.

하지만 신냉전 구도가 공고해진 강화 및 고착화 단계(Consolidation Phase 2020-현재)에 들어선 지금은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북·중·러 블록이 강화되면서 북한은 국제적 압박을 피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을 확보했다. 이는 과거 북핵 문제의 가장 강력한 억제 수단이었던 국제 제재의 실효성을 크게 약화시켰다. 이러한 외부 환경은 북한의 내부 인식을 더욱 강화했다. 구 교수는 북한이 핵을 포기했던 리비아나 우크라이나의 사례를 보며, “핵무기만이 체제 생존을 보장하는 ‘강력한 복음’”이라는 인식을 굳혔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자발적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sation) 가능성은 희박하며, 특히 2019년 스톡홀롬 회담 결렬 이후 북미 대화는 완전히 교착상태에 빠졌다. 특히 러시아의 지원은 북한에 경제적 숨통을 틔워주며 국제 제재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북한이 협상에 나설 필요성을 줄이고 있다.

 

이러한 교착 상태를 흔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는 두 가지가 꼽혔다. 첫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 이다. 전쟁이 끝나면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급락하여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유인이 생길 수 있다. 둘째는 ‘미국 차기 행정부의 정책’ 이다. 가령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대중국 압박 집중, 동맹 정책 변화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발생하여 현재의 구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이러한 어려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해법으로 구 교수는 ‘신중한 관여(prudent engagement)’라는 장기적이고 일관된 대북 관여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는 단기적 성과에 얽매이지 않고, 일관된 기조 위에서 주변국과 긴밀히 협력하여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중장기적 전략이다. 비록 완전한 비핵화가 최종 목표일지라도, 협상의 입구에서부터 이를 고수하기보다 ‘스몰 딜(small deal)’을 통해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어도 대북 정책이 180도 뒤바뀌는 ‘남남 갈등’을 극복해야만 의미 있는 정책 추진이 가능함을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강연은 북한 핵 문제가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 풀 수 없는 ‘신냉전’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명확히 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관성과 인내심에 기반한 새로운 외교적 접근, 즉 ‘신중한 관여’가 절실함을 시사했다. 구체적인 국가 전략으로, 구 교수는 한국이 미국 주도 질서의 틀 안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키워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중국과 러시아를 완전히 적으로 돌리지 않는 균형 잡힌 전략적 외교를 통해, 경제·군사·문화 등 다방면에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이 새로운 시대의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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