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ck Menu

[제111차 통일학포럼]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전략

IPUS 오늘의 TV  통일학 포럼  통일학 포럼/세미나  2025.10.22

  • 일시: 2025년 10월 20일 월요일 14:00-15:40
  • 장소: 온라인 화상회의(ZOOM)
  • 연사: 최진욱 (전 통일연구원장)
  • 사회: 김인욱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 주제: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전략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10월 20일(월) 최진욱 전 통일연구원장을 모시고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전략”이라는 주제로 제111차 통일학포럼을 개최했다. ‘통일학포럼’은 2006 – 2020년 총 75회 진행된 ‘통일정책포럼’을 확대·개편한 것으로 현재 제111차를 맞는다. 이번 포럼은 김인욱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부교수가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최진욱 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미국 외교는 트럼프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며, 냉전기 이후 미국 외교의 흐름을 구조적으로 조망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이 단순히 트럼프 개인의 성향이나 예측 불가능성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하는 한편, 이 현상을 ‘현실주의’, ‘지정학’, ‘공화주의’, ‘마가(MAGA) 운동’이라는 네 가지 뚜렷한 이론적 배경 속에서 고착화된 하나의 전략적 흐름으로 분석하고, 이로 인한 한국 외교의 도전 과제를 제시했다.

최진욱 원장에 따르면, 트럼프 정책이 등장한 배경에는 미국이 처한 엄중한 현실이 있다. 과거 냉전 시대의 패권국 지위와 달리, 현재 미국은 37조 달러의 막대한 정부 부채와 국방비에 버금가는 연간 이자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는 중국이 미국 GDP의 70% 수준까지 추격해오는 상황에 직면했으며, 국내적으로도 과거의 통합된 모습과 달리 빈부 격차, 마약, 불법 이민 문제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러한 ‘미국의 쇠퇴’ 논쟁이 트럼프 정책을 이해하는 핵심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미국의 위기 인식은 트럼프 이전의 외교 전략이 실패했다는 인식으로 구체화되었다. 첫째는 냉전 승리 후 추진한 ‘자유주의 패권’ 전략의 한계이다. 둘째와 셋째는 이 전략에 기반한 구체적 정책의 실패로 나타났다. 한편에서는 나토(NATO) 동진으로 러시아를 자극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빌미를 제공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제3세계 민주화 시도가 9.11 테러라는 역풍을 맞이한 것이다. 넷째는 가장 결정적인 실패인 대중국 정책이다. 중국을 자유주의 질서로 편입시켜 민주화하려던 시도가 완전히 실패하고 오히려 강력한 경쟁자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네 가지 실패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트럼프의 새로운 외교 정책이 등장하는 기본 배경이 되고 있다.

최 원장은 이러한 국제 정세의 변화가 트럼프 정책의 첫 번째 이론적 배경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전략의 첫 번째 기반인 ‘현실주의’ 단계에서, 미국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정치를 직시했다. 과거 자유주의의 낙관론과 달리, 미국이 불필요한 해외 공약(over-commitment)에 과도하게 개입해 힘을 분산시켰다고 비판했다. 2010년대의 과도한 개입이 오히려 핵심 경쟁자인 중국 견제에 실패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그 예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책이 본격적으로 공고해진 ‘지정학’적 인식 단계에 들어선 지금은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아메리카 퍼스트’로 대표되는 이 관점은 냉전의 승리가 ‘사상의 승리’가 아닌 ‘지리의 승리’였다고 규정한다. 이는 과거 미국의 성공이 이념의 우월성이 아닌, 대양으로 둘러싸인 ‘축복받은 지리’ 덕분이었다는 인식을 굳혔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외부 환경 인식은 미국의 내부 정책을 더욱 강화했다. 최 원장은 미국이 ‘사상의 승리’라는 오만에 빠져 불필요한 해외 개입으로 쇠퇴를 자초했다고 보며, “동맹국들조차 미국의 자원을 이용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굳혔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의 정책은 이러한 현실주의, 지정학적 인식을 국내 정치 이념으로 뒷받침했다. ‘공화주의’ 이념은 단순 다수결(의회)보다 법치(행정명령)를 우위에 두는 근거가 되어 파리 기후 협약 탈퇴 등을 정당화했다. 특히 이 모든 것을 추동하는 사회 운동인 ‘마가(MAGA) 운동’은 반이민 정책, 보호무역, 전통적 가치, 대외 개입 최소화를 요구하며 트럼프 정책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특히 3천만 명의 불법 이민자 문제는 안보 위협으로 규정되어, 국경 장벽 건설을 핵심 정책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정책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는 두 가지가 꼽혔다. 첫째는 ‘동맹 관계의 붕괴’이다. 트럼프 정책은 국제기구를 탈퇴하고 동맹을 경시함으로써 미국의 전통적인 리더십을 심각하게 약화시켰다. 둘째는 ‘핵심 목표의 실패’이다. 대중국 견제 전략은 오히려 브릭스(BRICS)를 결집시키고 인도를 러시아 쪽으로 밀어내는 등, 의도와 달리 중국에 전략적 공간을 열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러한 어려운 위기는 한국 외교에 장기적이고 일관된 대응을 요구한다. 최진욱 원장은 한국이 미중 사이의 ‘균형 외교’라는 모호한 입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은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요구할 것이며, 심지어 ‘주한미군 기지 소유’ 발언을 통해 한국을 항구적인 대중국 견제 기지로 삼으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비록 미국과의 동맹이 중요할지라도, 이에 맹목적으로 순응하기보다 한국이 가진 ‘레버리지’를 활용해 단계적으로 국익을 확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강연은 트럼프의 외교 정책이 더 이상 과거의 자유주의 패권 방식이 아닌, 미국이 처한 위기라는 새로운 국면에서 등장한 복합적 전략임을 명확히 했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감정적이거나 단절적인 접근이 아닌 새로운 외교적 접근, 즉 ‘레버리지 활용’이 절실함을 시사했다. 구체적인 국가 전략으로, 최진욱 원장은 한국이 미국 역시 한국의 기지나 조선업 역량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이러한 레버리지를 정교하게 활용하여 한미 동맹을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균형 잡힌 전략적 외교가 이 새로운 시대의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