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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차 통일학포럼] 분단 체제 속 탈북민 창작 활동과 북한 재현

IPUS 오늘의 TV  통일학포럼  통일학 포럼/세미나  2026.06.29

  • 일시: 2026년 6월 26일 금요일 15:00-16:30
  • 장소: 온라인 화상회의(ZOOM)
  • 발표: 신해은 (서울대 인류학과 BK교육연구단 연수연구원)
  • 사회: 권혁희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 주제: 분단 체제 속 탈북민 창작 활동과 북한 재현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6월 26일 금요일, 신해은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BK21 교육연구단 연수연구원을 모시고 “분단 체제 속 탈북민 창작활동과 북한 재현”이라는 주제로 제117차 통일학포럼을 개최했다. ‘통일학포럼’은 2006-2020년 총 75회 진행된 ‘통일정책포럼’을 확대·개편한 것으로 현재 제117차를 맞는다. 이번 포럼은 권혁희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신해은 박사는 한국 사회에서 활동하는 탈북민 예술가와 창작자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탈북민 창작활동에서 북한이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 분석하였다. 특히 탈북민 예술가들이 재현하는 북한이 한국의 분단체제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리고 북한 예술의 창작 원리와 미적 특징이 이주 이후의 새로운 사회정치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유지·변형되는지를 살펴보았다.

먼저, 한국 사회의 분단체제 속에서 탈북민이 놓이는 위치성이 검토되었다. 신 박사는 한국 사회에 북한을 주적으로 인식하는 냉전 이데올로기와 남북을 하나의 민족으로 보는 민족주의 담론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설명하였다. 이 두 담론의 교차점에서 탈북민은 ‘같은 민족’이면서도 동시에 ‘적국에서 온 타자’로 위치 지어진다. 즉, 탈북민은 포섭의 대상이면서도 배제의 대상이 되며, 한국 사회 안에서 자신이 안전한 구성원임을 지속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조건에 놓인다.

이어 신 박사는 이러한 위치성이 탈북민 창작활동과 북한 재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탈북민 창작자들은 한국 사회의 정치적 지형 속에서 활동하게 되며, 특히 보수 진영과 구조적으로 부합하는 경우가 많다. 보수 진영은 북한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적 대상으로 인식하고, 탈북민을 북한 체제의 문제와 인권 유린을 증언하는 존재로 의미화한다. 반면 진보 진영은 북한을 대화와 협력의 상대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탈북민의 목소리는 때로 북한 정권의 부정적 측면을 상기시키는 불편한 존재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러한 정치적 조건은 탈북민 창작자들의 활동 기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발표에 따르면 많은 탈북민 창작자들은 보수 성향 단체의 재정적 지원을 통해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한다. 이러한 지원은 한국 사회에 연고와 기반이 부족한 탈북민 창작자들에게 중요한 기회가 되지만, 동시에 북한을 더욱 억압적이고 비극적인 공간으로 재현하도록 요구하는 제약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탈북민 창작자들은 자신의 기억과 정체성, 생계와 예술적 욕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협상하게 된다.

신해은 박사는 탈북민 창작자들에게 북한이 단순히 억압과 결핍의 공간만은 아니라고 강조하였다. 북한은 정치적 폭력과 경제적 어려움의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유년의 기억과 가족, 친구, 고향의 감각이 남아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탈북민 창작자들에게 북한을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재현하라는 요구는 단순한 창작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삶과 기억, 정체성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관객의 해석 방식 또한 중요한 분석 대상이다. 신 박사는 탈북민 작가의 작품이 북한 출신 작가의 작품이라는 정보와 함께 제시될 때, 한국 관객들이 그것을 북한 주민의 고통이나 수용소, 인권 유린의 이미지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작가의 의도는 전혀 다른 개인적 기억이나 미적 경험에 기반한 것일 수 있다. 이처럼 탈북민 창작활동에서는 작가가 재현하고자 하는 북한, 지원 단체가 기대하는 북한, 한국 관객이 해석하는 북한 사이의 간극이 발생한다.

신 박사는 탈북민 유튜버의 사례를 통해 한국 사회의 냉전 이데올로기가 대중문화의 소비 방식 속에서도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탈북민 유튜버가 북한을 발전되거나 긍정적인 모습으로 묘사할 경우, 일부 시청자들은 이를 ‘빨갱이’나 ‘간첩’이라는 식으로 낙인찍기도 한다. 반대로 북한을 남한보다 낙후되고 열악한 공간으로 묘사할 경우, 탈북민 유튜버는 한국 사회에 포섭 가능한 안전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따라서 탈북민 유튜버들이 이러한 냉전적 문법을 경험적으로 파악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북한의 모습을 전략적으로 구성된다.

마지막으로, 탈북민 공연예술단의 사례를 통해 북한 예술의 창작 원리와 미적 감각이 이주 이후 어떻게 지속·변형되는지를 살펴졌다. 탈북민 공연예술단의 레퍼토리는 북한 작품과 퓨전 작품으로 구성된다. 북한 작품은 북한의 가요, 민속무용, 현대무용 등을 재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퓨전 작품은 북한의 춤과 노래에 한국 대중가요, 트로트, 방송 안무 등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신 박사는 이러한 퓨전 작품이 단순히 상업적 필요나 관객의 흥미를 위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탈북민 공연예술단은 한국 관객에게 낯선 북한 예술을 그대로 보여주기보다, 관객에게 익숙한 음악과 형식을 결합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정서적 거리감을 줄이고자 한다. 이는 남북이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목적과도 연결된다.

신 박사는 이러한 창작 방식이 북한 예술의 창작 원리와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고 보았다. 북한 예술은 사상성, 인민성, 통속성, 혼종성을 중요한 원리로 삼는다. 한국 사회로 이주한 뒤 북한 체제의 사상성은 더 이상 그대로 유지될 수 없지만, 한국 관객에게 민족적 정서와 남북 공존의 가능성을 전달하려는 새로운 목적성이 등장한다. 또한 관객의 정서와 미감에 맞는 형식을 찾고, 익숙한 음악과 춤을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은 인민성, 통속성, 혼종성이 변형된 형태로 지속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탈북민 창작활동은 단순히 북한을 재현하는 예술이나 이주 이후의 경제적 적응 수단으로만 볼 수 없다고 강조되었다. 탈북민 창작활동은 한국 사회의 분단체제와 냉전 이데올로기 속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적 실천이면서, 동시에 북한에서 형성된 예술적 원리와 미적 감각이 새로운 사회정치적 맥락 속에서 지속되고 재구성되는 과정이다. 이번 포럼은 탈북민 예술을 통해 한국 사회에 남아 있는 냉전적 감각과 민족주의 담론의 이중성을 성찰하고, 북한 재현의 문제를 보다 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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