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학계서도 번지는 ‘핵무장론’… “남북 핵균형으로 대전환을”
입력 2025-04-10 12:04
수정 2025-04-10 12:04
“핵우산 작동 않을경우도 대비”
진보도 ‘핵 잠재력’ 논의 주목
주한미군사령관 “한미 새 작계”
10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주최 학술회의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북한 핵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력이 약화할 우려가 있어 한국이 자체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자체 핵 보유, 전술핵 재배치 등 핵무장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진보 진영에서도 핵 잠재력 확보에 전향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논의 진척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이날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트럼프 2.0 시대 한국의 자체 핵무장 옵션과 여론’ 학술회의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주한미군에 부정적 태도를 갖고 있다”며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식도 자체 핵무장을 통한 남북한 핵 균형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핵무력을 증강하며 노골적으로 대남 핵 위협을 가하고 있는 한편 미국은 북한보다 중국 견제에 더 집중하고 있어, 한미동맹이 상대적으로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 센터장의 시각이다. 이창위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역시 “현재는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지할 수밖에 없지만 핵우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독자적 핵억지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북한의 핵미사일은 김정은 시대 들어 고도화되고 있는 반면 한국형 3축체계는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건 물론 기술적으로 부족함이 있고, 주변국과의 지정학적 관계에 기반한 대응전략과 지침이 불명확하다는 등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대한 한국핵안보전략포럼 연구원은 “인구절벽의 초기 단계인 지금이 골든 타임”이라며 저출산에 따른 군 규모 축소·안보 공백을 핵 잠재력 확보로 상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신중론도 제기됐다. 함형필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핵협의그룹(NCG) 등 기존 협의 메커니즘을 토대로 지속해 나가며 한·미 핵·재래식 통합(CNI) 협력을 이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며 기존의 확장억제 메커니즘이 부분적 보완을 통해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고지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국내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핵 개발 여론이 확장억제의 신뢰성과 반드시 같이 가지는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학술회의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창립 19주년을 기념해 열렸다.
한편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은 9일(현지시간) 한·미가 지난해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에 대응해 정비해온 새로운 연합 작전계획(OPLAN·작계)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맞춰 의원들에게 제출한 성명에서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와 미사일 능력이 점점 더 고도화하고 있는 안보 환경에 대응해 새 작계는 한미연합사령부가 무력 충돌 이전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희 기자·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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