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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에게 핵무기는 ‘버터’?

미디어  2022.04.27

입력 2022.04.26 02:30 수정 2022.04.25 23:48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경제 침체 주요인으로

과도한 군사비용 꼽으면서

핵무기 보유는 ‘긍정적’ 평가

북한이 공개한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자료사진) ⓒ노동신문

북한이 공개한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자료사진) ⓒ노동신문

북한 경제 침체 원인으로 ‘과도한 군사비 지출’을 꼽은 탈북민들이 핵무기 보유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핵무기 개발·운용에 상당한 군사비 지출이 불가피한 만큼, 조사결과와 관련한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25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조사사업 10년 분석’을 주제로 진행한 세미나에서 탈북민들이 북한 경제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자연재해·대북제재 등의 ‘외부 요인’이 아닌, 과도한 군사비·지도자 문제 등의 ‘내부 요인’을 꼽았다고 밝혔다.

각종 요인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큰 요인은 과도한 군사비로 나타났다. 관련 경향성은 해를 거듭할수록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연구원 측은 지난 2011년부터 ‘직전 해에 탈북한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온 만큼, 조사 결과를 ‘북한 주민의 인식’으로 간주해도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조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의 회고적 응답에 기반해 북한 경제 침체 원인에 대한 북한 주민의 인식과 핵무기에 대한 인식을 추적한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과도한 군사비가 경제 침체에 큰 영향을 줬다고 답한 탈북민들이 상대적으로 핵무기 보유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이다.

조 교수는 “과도한 군사비를 북한 경제 침체 원인으로 꼽은 집단은 핵무기 보유에 상대적으로 더 찬성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다른 요인을 북한 경제 침체의 원인으로 꼽은 집단은 핵무기 보유에 덜 찬성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통상적으로 핵무기 개발에 돈이 들어갔다고 하면 과다 군사비 지출 가운데 하나일 거라 생각하는데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며 “북한 주민들은 마음속에서 핵무기를 과다 군사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핵무기를 가졌기 때문에 우리가 다른 것들을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이미 시작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 마음속에선 핵무기를 ‘버터’로 보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한정된 자원을 투입하는 데 있어 ‘총(안보)’과 ‘버터(경제)’는 통상 반비례 관계로 간주되지만, 일부 북한 주민들은 핵무기를 총이 아닌 버터로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방안보 측면에서
핵무기 필요하다고 봤을 수도

하지만 군사비 지출 문제와 관련해 경제적 측면 외에 안보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도한 군사비 지출로 경제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탈북민 가운데 핵무기 보유를 ‘국방안보 측면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간주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핵무기를 버터로 인식하고 있다는 부분은 흥미로운 해석”이라면서도 “핵무기 필요성이 단순히 경제적 문제만이 아닐 수 있다. 국방안보와 관련한 또 다른 생각 때문에 핵무기 필요성이 증가할 수 있다. 군사비와 관련해 경제적·안보적 두 가지 측면을 다 볼 수 있는 분석이 이뤄져야 (핵무기는 버터라는) 해석이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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