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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칼럼: 인민내무군 부상, 경제관리 개선 그리고 사고의 혁신 – 장용석 선임연구원

뉴스레터/칼럼  칼럼  2013.01.07

인민내무군 부상, 경제관리 개선 그리고 사고의 혁신: 2013년 북한 신년사 분석 2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2013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는 “새로운 것이 없는” 과거의 반복이 아니라 주목할 만한 변화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이룩한 권력승계 안착과 특히 장거리로켓발사 성공 등을 배경으로 한 강한 자신감이 엿보이며 그를 바탕으로 작지만 주목할 만한 변화의 움직임도 드러나고 있다. 우리가 북한에서 혁명이 일어나지 않으면 변화로 볼 수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지금은 작아 보이지만 그 작은 것들이 누적되어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으로 ‘눈높이를 낮춘다면’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들이 이번 신년사에서 확인된다.

우선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19년 만에 신년공동사설 대신 신년사가 다시 등장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신년공동사설이 아니라 신년사를 발표함으로써 김정일 위원장과 같은 은둔의 실력자가 아니라 대중적인 지도자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새삼 확인해주었다. 이는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인해 권력공고화를 빠르게 추진할 수밖에 없는 김정은 제1위원장 입장에서 대중적인 인지도와 지지도를 제고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인민내무군장병들, 진격의 돌파구 열어야”

그러나 형식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내용상의 변화이다. 첫째, 정치적인 측면에서 김정은 정권의 권력기반이 김정일 시대와 달라지고 있다. 정권과 체제를 떠받치는 핵심세력이 군에서 공안부문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는 선군이라는 용어의 사용 횟수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김정일 시대에 혁명의 주력군으로 추켜졌던 인민군장병들과 함께 법질서 확립을 담당하는 <인민내무군장병>들이 “적들의 끊임없는 전쟁도발책동과 반공화국모략소동을 걸음마다 단호히 짓부시고 조국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수호”하였을 뿐 아니라 “단숨에의 기상으로 강성국가건설의 주요전구마다에서 진격의 돌파구를 열고 인민의 행복을 위한 좋은 일을 많이 하여 당과 인민의 믿음과 기대에 훌륭히 보답”해야 할 주체로 지목되고 있는데서 확인된다.

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권력승계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1994년 권력을 승계할 때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중국의 배신에 더해 무엇보다 핵문제로 인해 미국의 대북군사공격 가능성마저 실감하였던 김정일 위원장은 체제와 정권의 수호자로 군을 선택하였다. 이에 비해 2009년 후계자로 내정되어 권력승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2011년부터 본격화되었던 중동민주화를 통해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이나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원수 등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는 것을 생생하게 지켜본 김정은 제1위원장은 군대신 공안기관을 정권과 체제보위를 위한 핵심세력으로 선택하였다.

그 배경에는 첫째로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외부의 군사적 침공에 대한 최소한의 억제력은 확보하였다는 안보인식과 함께 북한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나 불안정 심화가 정치적 불만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정권과 체제에 대한 최대의 위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강한 우려가 놓여있을 수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주민소요에 대비한 기동타격대를 신설하고 인민보안부 정치대학의 교육을 강화하였을 뿐 아니라 중국을 중심으로 공간부문의 대외협력을 강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로 사회경제적 자율성과 다양성들이 증대하고 대외접촉이 확대되면서 불법적인 일탈행위들이 증가함으로써 사회주의 법질서 확립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점도 공안부문의 위상과 역할 제고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사회주의 현상에 대한 각종 검열과 처벌은 과거부터 존재하였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으로서의 권력승계 과정에서 특히 강화되었다. 비사회주의 현상에 대한 검열은 주도 기관들 간의 위상과 이권 재조정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권력기관들 간의 이권 갈등 또는 권력투쟁과도 무관하지 않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정권과 주민들 간의 갈등이 과거와는 다른 수준이나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이다.

셋째로 현재 북한에서 김정은 정권의 핵심 실세로서 국정전반을 조정하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성택 국방위원장의 권력기반이 공안기관이라는 점도 배경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장성택 국방위원장은 당 행정부장으로서 국가안전보위부나 인민보안부 등 공안부문을 관장하였고, 이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군부보다 공안기관의 위상과 역할이 제고되는 배경일 수도 있는 것이다. 장성택의 입장에서는 껄끄럽고 자신이 직접 장악하기 어려운 군부보다 이미 자신이 장악하고 있던 공안기관을 훨씬 더 신뢰할 수 있고 이것이 공안기관의 위상과 역할 제고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공안기관의 부상은 또한 군부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리영호 총참모장을 당 정치국 결정으로 전격 해임하고 군부의 최고위직인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의 계급을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시키는 등 군부의 ‘정치적’ 위상을 김정일 시대보다 하향조정하였다.

북한이 공안기관의 위상을 높이고 강성대국건설에서의 역할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것은 향후 법질서 확립을 위한 각종 단속과 통제가 강화될 것임을 예고한다. 이러한 사회주의 법질서 확립 움직임은 권력엘리트와 주민에 대한 감시, 통제, 억압을 강화하여 독재정권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일 수 있다. 따라서 사회주의 법질서 확립은 결과적으로 사회경제적 다양성과 다원성의 증대를 억제하여 북한 사회의 자유화와 민주화를 지체시키는 변화와 발전의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혁명이 아닌 개혁인 한에서, 김정은 정권이 변화를 모색하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부작용’을 줄여보고자 하는 움직임일 수 있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실발전의 요구에 맞게 경제지도와 관리를 개선해야”

이번 신년사에서 두 번째로 크게 주목할 만한 것은 경제 개혁과 개방 확대 가능성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자주의 길, 선군의 길, 사회주의 길을 가야 한다며, 자립적 민족경제의 토대 강화와 인민생활 안정을 강조하였다. 인민생활과 직결되어 있는 부문과 단위들을 추켜세워야 한다면서 올해에도 농업과 경공업이 주공전선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퇴행적인 사회주의 증산경쟁도 거론하였다. 이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북한의 최고지도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신년사라는 공개적인 연설을 통해 경제지도와 관리의 개선을 촉구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우리식 사회주의 경제제도를 확고히 고수”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사회주의 경제강국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요구에 맞게 경제지도와 관리를 개선”하고 특히 “여러 단위에서 창조된 좋은 경험들을 널리 일반화”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는 첫째, 우리식 사회주의 경제제도로서 생산수단의 국가소유에 기초한 계획경제 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는 않겠다는 김정은 정권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 정권이 체제전환 수준의 경제개혁과 개방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둘째,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관리방법의 개선 즉 현실의 변화를 수용한 부분적인 개혁과 경제특구 건설이나 외자유치를 통한 합영사업 등 대외개방을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북한은 그 동안 다양한 개혁개방의 실험들을 지속해 왔다. 2000년대 이후만 보더라도 대내적으로는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시행하였고 2003년 종합시장을 확대건설하였으며 2004년에는 박봉주 총리 당시 내각이 주도하여 경제개혁 시범조치를 시행하고 중국식 개혁개방을 참고한 추가 경제개혁안도 마련하는 등 각종 경제개혁을 추진한 바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된 ‘좋은 경험’과 관련하여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지난해 시행된 실험조치들이다. 북한은 지난해 농업과 공장기업소 운영에서 독립채산제 강화와 같이 생산과 분배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서비스와 상업부문에서도 개인들의 참여를 허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경제개혁 실험들을 곳곳에서 실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2000년대 이후 금강산관광특구에 이어 남북협력사업으로 개성공단을 건설하였고 신의주경제특구 건설을 시도하였으며, 최근에는 중국과 공동으로 위화도‧황금평경제지대나 라선경제무역지대를 건설하고, 외자유치를 통한 합영 사업으로 이동통신사업이나 대형마트 신설, 각종 자원개발 등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실패한 사례들이 많겠지만 성공적인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대내개혁조치들이 어떤 부문이나 지역에서 어느 정도 성공하였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외자유치와 함께 독립채산제를 강화하는 등 경제주체의 자율성을 확대함으로써 생산을 정상화시킨 사례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대외개방특구와 관련해서는 개성공단과 함께 라선경제무역지대가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평가될 수 있고, 외자유치를 통한 합영사업으로 이동통신사업이나 광산개발 등이 대표적인 성공모델들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김정은 정권은 올해 대내적인 부분개혁조치로서 지난해 시행되었던 농업이나 공장기업소, 서비스나 상업 부문의 자율성 증대와 인센티브 강화 조치들을 확대하고, 대외적인 개방조치로서 개방특구를 현재 점 수준에 머물고 있는 위화도‧황금평, 라선, 금강산, 개성에 더해 선의 수준인 백두산, 청진, 칠보산, 원산, 남포 등으로 확대하고 자원개발이나 상업유통 활성화, 인프라 건설 등을 위한 대외경제협력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심각한 통화팽창과 인플레이션, 북한 원화의 가치하락 해소가 재정정상화뿐 아니라 주민생활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절박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에서, 부분개혁과 대외개방 확대를 통한 경제회생 전략 속에 금융과 재정부문에 대한 개혁 구상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물론 올해 북한이 추진할 경제개혁이나 개방확대 조치들이 북한경제의 실질적 회복과 주민생활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것이 사실이다. 만성적 재정위기 하에서 정권 안정을 위한 재원 확보가 절박한 상황에서 부분적인 개혁이나 개방이 확대되는 공간이 권력기관들의 이권사업과 재원확보 공간으로 변질되어 결과적으로 주민생활 안정보다는 독재정권의 유지에만 기여할 수 있고, 개방특구나 외자유치를 통한 합영사업 확대, 농업이나 공장기업소 관리에서의 자율성과 독립채산제 확대강화나 서비스와 상업부문에서의 개인참여 확대 등도 사회경제적, 지역적 격차만 더욱 벌려놓을 수 있다. 특히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21세기 새로운 문명개화기를 열고 문명강국을 건설해야 한다며 “평양시를 주체조선의 수도, 선군문화의 중심지답게 더욱 웅장하고 풍치수려한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 대목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권력의 핵심적인 지지기반인 평양에만 각종 건설과 지원이 집중되어 평양 이외 지역과의 격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권차원의 통제와 억압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사회경제적인 다양성과 다원성들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의 사회경제적, 정치적 자유화를 촉진하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작은 변화들이 모여 큰 변화를 추동하는 양질전화가 북한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무시되거나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낡은 사고방식과 틀에서 벗어나야”

이번 신년사에서 마지막으로 크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상혁신에 대한 강조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3년을 창조와 변혁의 해로 규정하고 “일군들의 사상관점과 사업작풍, 일본새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낡은 사고방식과 틀에서 벗어나 모든 사업을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며 사상혁신도 강조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러면서 일군들은 당과 인민 앞에서 “자기의 충실성과 실천력을 평가받아야”한다고도 하였다. 이는 세계적 수준과 안목에서 사업을 하라는 주문이자 그에 맞는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로서 다소 모호한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은 과거 김정일 위원장이 경제관리 개선을 추진하면서 강조하였던 사항으로서 국제적 흐름과의 접촉면이 넓어지는 가운데 경제지도나 관리의 개선과 결합되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사고의 확산을 촉진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신년사에서 강조된 김정일 애국주의도 금수산태양궁전에 안치된 김정일 위원장에 기대 사회통합과 정권안정을 기하려는 퇴행적이고 보수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탈이념적이고 현실지향적인 사고의 확산으로 이어질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지식)경제강국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에서 향후 김정일 애국주의가 발전이데올로기로 기능할 가능성도 주시될 필요가 있다.

 

1) 국가안전보위부의 위상과 역할 제고도 주목된다. 북한은 2012년 인민군 보위사령관 출신인 김원홍 대장을 1987년 리진수 사망 이후 공석으로 있던 국가안전보위부장에 임명하고, 국가안전보위부에 김정일 동상을 최초로 건립하기도 하였다. 이에 앞서 2012년 12월 김정일 위원장 장례식에서는 당시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이었던 우동측이 김정일 위원장의 영구차를 호위한 8인방에 들어가기도 하였다.

2) 북한의 대내경제개혁 실험과 관련하여 다양한 실험적 조치들이 시행되었으나 소위 ‘6.28 담화’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위 ‘6.28 담화’가 없었다는 것은 과거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시행하기 전 김정일 위원장의 ‘10.3’ 담화와 같이 최고지도자의 구체적인 지시나 방침이 하달되지 않은 채, 소위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원칙적인 틀 하에서 다양한 실험적 조치들이 시행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앞으로 이러한 실험들 가운데 성공적인 사례들을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실험적 조치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이것이 최고지도자의 지시나 방침으로 하달될 가능성과 함께 성공적인 내용들이 최고인민회의 정령 등으로 법제화될 가능성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장용석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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