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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칼럼: 보수적 대내 행보와 반북 행위 적극 대응 시사 – 장용석 선임연구원

뉴스레터/칼럼  칼럼  2014.01.07

 

보수적 대내 행보와 반북 행위 적극 대응 시사: 2014년 북한 신년사 분석 2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는 대내적으로 이전보다 보수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과 남한과 대화할 여지는 남겨두되, 남한의 군사훈련이나 소위 ‘반북 행위’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대응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숙청하고 이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유일적 영도체계 구축이라는 명분 하에 지배연합 내 보수적인 세력의 권력기반 공고화로 이어가기 위한 정치적 행보일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자주와 존엄이 강조되면서 원칙적으로 대남대화의 문은 열어 놓겠지만 자신의 자주를 침해하고 존엄을 모독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신년사는 당의 유일영도체계 구축을 적극 도모하는 이념과 조직 부문, 자주와 존엄의 기반인 국방력 강화와 관련된 군과 군수공업 부문 그리고 사회주의 질서 확립과 관련된 공안세력의 위상 강화와 역할 증대를 시사하고 있다. 때문에 식량문제 해결을 선차적인 과제로 제시하는 등 경제문제 중시입장도 보이고 있으나 이를 담당할 내각의 실질적인 위상이나 역할 강화, 특히 내각 부문으로의 자원배분이 어느 정도 확대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1974년 당의 유일적 사상체계 확립 10대 원칙 재론

먼저 대내 정치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정치사상적으로 우리 사상, 우리 힘, 우리 식과 함께 당의 유일적 영도와 법 규범 및 질서 확립이 강조되면서 정치적, 사회적 통제가 다소 강화될 가능성이 보인다.

우선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우리 사상, 우리 힘, 우리 식이 제일”이라며 “당과 혁명대오의 통일 단결에 저해를 주고 일심단결을 해치는 사소한 현상과 요소에 대하여서도 각성 있게 대하고 철저히 극복”해야 한다고 하였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74년 후계자로 내정되면서 발표한 당의 유일적 사상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 김기남 당비서는 “김정은 동지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심을 지니고 당의 사상과 의도대로만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하겠다. 당조직들이 당안에 유일적 령도체계를 철저히 세우고 당대렬의 순결성을 확고히 보장하기 위한 사업을 주선으로 틀어쥐고나가도록 함으로써 온 나라를 일심단결의 성새, 보루로 만들겠다.”는 결의를 밝히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사회질서 확립과 관련해서도 혁명적 규율과 질서 강화나 사회의 집단주의적 우월성 제고 및 발양, 모든 일군과 근로자들의 법 규범과 질서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조선인민내무군안에 당의 영군체계와 혁명적 군풍을 철저히 확립하여 수령보위, 제도보위, 인민보위의 숭고한 사명과 임무를 다하도록 하며 … 우리 제도를 좀먹는 이색적인 사상과 퇴폐적인 풍조를 쓸어버리기 위한 투쟁을 강도높이 벌여 적들의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을 단호히 짓부셔 버려야”한다며 비사회주의 현상이나 외부사조 유입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결과적으로 권력의 분산과 자율성, 독창적인 신사고의 증진보다는 권력의 집중과 정치사상적 통제의 강화를 의미한다. 이는 물론 개혁적인 사고나 조치와는 배치될 수 있다.

 

경제 개혁 둘러싼 논란과 군사비 증가 가능성

경제와 관련해서도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해보다 보수적인 색채가 강화된 언급을 하고 있다. 소위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개선, 완성과 관련하여 지난해 언급되었던 ‘좋은 경험의 일반화’와 같이 개혁 확대를 시사하는 내용은 빼고 대신 “당의 영도 밑에 국가의 통일적 지도를 강화”해야 한다며 절약과 정신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있음을 감안하여 자주와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가운데 내각과 지배인보다 당과 당비서의 역할 강화를 시사하는 것이자 물질적 인센티브보다는 정치사상적 인센티브나 동기를 강조하는 것일 수 있다. 한편 그러면서도 김정은 제1위원장이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연구완성과 관련된 창발성이나 생산자들의 책임과 역할 제고를 언급하고 있는 점은 개혁 실험이 당장 중단되지는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렇게 보면 북한이 내부적으로 실험적 개혁조치의 확대를 둘러싸고 중앙의 통제나 재정확보 측면에서 문제제기에 직면하였고, 경제관리의 개선과 완성에 대한 논란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방력 강화도 지난해보다 강조되고 있으며 국방력 강화를 위한 과제도 매우 구체적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해에는 “군력이자 국력”이라며 군사력의 지속적인 강화 필요성을 언급하였으나 올해에는 힘에 의한 평화 유지를 강조한 가운데 “국방력 강화는 국사중의 국사”라며 중대를 핵심으로 한 전투력 제고와 전력의 현대화를 위한 경량화, 무인화, 지능화, 정밀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군사력 강화를 위한 자원 배분이 증가하거나 최소한 우선적인 배분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렇게 보면 대내적으로 내각보다는 당의 역할이 강조되는 가운데 보수적인 부문의 득세 가능성이 주목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을 중심으로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당의 조직지도부나 선전선동부, 경제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 지도를 강화하기 위한 당의 계획재정부나 내각의 국가계획위원회, 국방력 강화를 위한 당의 기계공업부나 이를 위한 과학기술 부문과 군부가 주요한 수혜자들일 수 있다. 반면 내각의 경우 장성택 숙청 이유로 내각책임제 시행을 방해했다는 죄목이 적시되었는 데다 올해 신년사에 식량문제 해결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할 강화 가능성도 주시할 필요가 있지만, 당의 유일적 영도 역할이나 국가의 통일적 지도, 국방력 강화가 중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책임과 권한이 얼마나 부여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진다.

 

김일성 주석의 1994년 남북정상회담 준비 문서 거론 이유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 중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하여 가장 주목되는 것은 1994년 김일성 전 주석이 사망하기 직전 서명하였다는 남북정상회담 관련 문서를 거론한 것이다. 이는 정상회담을 포함한 큰 틀에서의 대화 희망 의사를 표명한 것이거나 당시 남북경제협력이 중요한 현안으로 고려되었다는 점에서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희망을 드러낸 것이거나 남북경제협력과 관련된 새로운 구상이나 제안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북한이 지난해 발표한 경제개발구 건설을 위해 대남 협력을 희망하고 있을 가능성이 주목된다. 이런 연장선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마련이 중요하다며 비방과 중상을 끝내야 한다고 언급한 점은 북한이 올해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음을 주목하게 한다.

그러나 김정은 제1위원장은 남한이 외세공조를 배격하고 민족공조에 입각한 자주통일의 길로 나와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강조하고, 남북관계 개선 자체보다는 개선을 위한 분위기 마련을 강조하면서 남한에 대해 북한을 겨냥한 군사훈련이나 소위 ‘동족대결과 종북소동’ 같은 ‘반북 행위’를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남한의 반북 행위가 계속될 경우 군사적 긴장도 고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은 “민족의 안전과 평화를 수호하기 위하여 적극 투쟁하여야 한다”며 핵전쟁과 전면전, 핵재난을 거론하고 “내외 호전세력들의 대결과 전쟁책동을 절대로 허용하지 말고 단호히 저지, 파탄시켜야 한다”며 민족의 안전과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투쟁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자주와 존엄을 지키기 위해 남한이나 미국의 군사적 대북억제력 강화 동향이나 북한 정권과 체제에 대한 ‘모독’에 대해 이전보다 민감하거나 단호하게 대응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우리는 민족을 중시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과거를 불문하고 함께 나갈 것이며 북남관계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하겠다며 남북 간 대결상태 해소와 남북공동선언들의 이행을 강조한 것은, 원칙적으로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켜보겠지만, 민족을 중시하지 않고 소위 외세에 의존하거나 통일을 바라지 않을 경우 북한이 대남대화보다는 남한의 대북정책전환을 위한 대남 공세나 대북군사훈련과 소위 반북행위에 대한 대응을 지난해보다 강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박근혜 정부의 선택이 중요하다

따라서 올해 북한이 대북교류협력을 중단시킨 5.24조치 해제와 관련된 사과나 유감 표명과 같은 전략적 결단을 내리고 적극적으로 대화를 모색하기보다 반북행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정책전환 촉구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남북관계는 큰 틀에서 개선의 흐름으로 전환되기보다 현재와 같은 대치와 경색이 때때로 이완되거나 심화되는 가운데 관계 진전을 가로막을 교란요인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북한의 원칙적인 입장 천명은 실리를 확보할 수 있는 대남 대화나 협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가운데 남한과 주변국들의 대북정책에 따라 대남정책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최소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의 고조를 억제하고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정부의 선택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도 있다.

 

 

 

1) 김기남, “당조직들의 전투적 기능과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다,” <노동신문>, 2014.1.4.
2) 일례로 농업부문에서 포전담당제 실시와 같은 개혁과 관련하여, 내각사무국장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우리(북한)식 경제관리방법의 연구, 완성을 위한 지침을 주어 “생산자대중이 주인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나가는 방향에서” 경제관리방법 개선이 이루어졌고, “경제사업을 내각이 통일적으로 틀어쥘 데 대하여 여러 번 강조”했다며 경제관리방법의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 경주와 내각책임제 강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분조관리제 안에서의 포전담당제” 실시에 따른 성과를 내세우고(김지영, “[인터뷰] 김정하 내각사무국장/인민생활중시의 정책집행,” <조선신보>, 2013.12.27.)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우수한 경험을 일반화하며 그 생활력이 더 높이 발휘되게 할 데 대한 문제, 협동농장들에서 농장원들이 자기들이 가꾸는 포전들을 알뜰히 관리하면서 농사를 책임지고 하도록 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나갈 데 대한 문제”가 협의되었다는 보도(“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 진행,” <조선중앙통신>, 2013.12.28.), 신년사를 해설하면서 지난해 농업개혁의 성과를 선전하는 조선신보 보도(김지영, “2014년 신년사가 예고하는 새로운 비약,” <조선신보>, 2014.1.1.) 등도 일단 실험적 개혁조치는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3) 이와 관련 북한은 “강력한 자위적 힘은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이고 생존권이며 운명이고 존엄”이며, “자기를 먹겠다고 칼을 들고 덤벼드는 상대가 있는 한 평화는 절대로 말로써 지켜지지 않는다”면서 “우리(북한)를 겨냥한 핵전쟁의 검은 구름이 조선반도에 항시적으로 떠돌고 있는 조건에서 강력한 자위적 힘으로 나라의 자주권과 평화를 수호하고 민족의 존엄을 굳건히 지켜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의 확고한 의지”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리학남,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과 존엄, 평화를 굳건히 수호해 나갈 것이다,” <노동신문>, 2014.1.6.).
4) 김지영, “2014년 신년사가 예고하는 새로운 비약,” <조선신보>, 2014.1.1.
5) “남조선호전광들 전면전을 가상한 북침전쟁연습 감행,” <조선중앙통신>, 2014.1.4.;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북남관계개선에 찬물을 끼얹는 남조선당국을 규탄,” <조선중앙통신>, 2014.1.5.
6) 이와 관련 북한이 우리 민족끼리 이념 및 그에 입각한 단결과 ‘거족적인 조국통일운동’을 촉구하고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강지영, “우리 민족끼리의 기치를 높이 들고,” <노동신문>, 2014.1.4.; 최철순, “조국통일의 새로운 전진을 추동하는 고무적 기치,” <노동신문>, 2014.1.6.).

 

 

 

장용석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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