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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칼럼: “평창으로 돌파하라!” – 김병로 HK교수

뉴스레터/칼럼  칼럼  2018.01.02

 

“평창으로 돌파하라!”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

 

 

 

우물쭈물하는 미국을 평창으로 돌파하라! 이것이 2018년 북한 신년사의 키워드다.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을 상대로 미국이 절대로 전쟁을 못한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드러내며, 미국이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평창올림픽을 활용하여 제재와 압박 국면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북한의 전략인 셈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2018년 북한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1. 미국은 핵국가에 결코 전쟁 못한다

첫째,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상 북한은 미국이 군사적 공격을 하지 못한다는 판단 하에 미국에 강력히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작년에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성취했다”면서 이제는 “그 어떤 핵 위협도 봉쇄 대응할 수 있으며 미국이 모험적 불장난을 할 수 없게 제압하는 강력한 억제력으로 됐다”고 자평했다. 때문에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한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국에 대한 위협성 발언을 쏟아냈다.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는 것은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위협했다. 또 “핵탄두들과 탄도로케트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에 대해 이제는 주눅들 필요가 없고 당당하게 맞서겠다는 태도로 임하였다.

북한의 이러한 당당한 태도는 미국에 평화 제안을 하지 않은 데서도 드러난다. 핵무력을 완성했으니 이제 평화체제 구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미국에 대범한 제안을 내놓을 법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유화적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평화를 바라지만 구걸하지 않는다는 북한의 주장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미국이 제재·압박 정책을 변경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평화의 제안을 했다가 결실이 없으면 지도자의 체면만 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핵단추가 내 책상 위에 있으니 알아서 하라는 ‘위협’이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었을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핵무기 보유국에 대한 자부심을 한껏 고조시켰다. 새해 첫날 0시를 기해 불꽃놀이를 실시하면서 전국으로 내보낸 생방송에서도 서해 위성발사실험장에서 실시한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 실험을 ‘3.18혁명’으로, 화성 14형 발사 실험을 ‘7.4혁명’, ‘7.28쾌거’ 등으로 각각 명명하며 주민들의 자존감을 마음껏 부추겼다. 그러한 연장선에서 작년 11월 29일 화성 15형 실험 발사 성공을 ‘핵무력완성’으로 선언했다. 미국이 이제는 북한을 상대로 결코 전쟁을 못한다는 지도자의 대담한 선언은 2018년 신년사가 북한주민들에게 주는 가장 큰 희망의 메시지일 것이다.

 

2. 3년만 버티면 길이 열린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핵보유국이라고 위용을 과시했지만,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이 당면한 경제적 부담은 말할 수 없이 크다. “나는 생존을 위협하는 제재와 봉쇄의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우리 당의 병진노선을 굳게 믿고 절대적으로 지지해 주고”라든가, “모든 것이 부족한 때일수록 동지들 사이, 이웃들 사이에 서로 돕고 진심으로 위해주는 미풍이 높이 발양”되어야 한다는 등의 여러 대목에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이나 당중앙위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정책들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견디는 정책에 초점이 맞춰 있다. 2016년 5월 7차 당대회 때만 하더라도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예상치 않은 제재와 압박 정책에 직면하여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였다. 당중앙위 제7기 2차 전원회의는 ‘참수작전’을 포함한 미국의 초강경 제재와 압박에 직면하여 전략수정이 불가피하였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3년차임을 상기한 것과 당중앙위 전원회의 결정을 환기시킨 데서 트럼프 정부의 남은 3년을 이러한 버티기 체제로 가야한다는 불안과 다급함이 묻어난다.

사방이 막혀 있는 북한의 현 상황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절약하고 동원하며 버티는 길 밖에는. 신년사에서 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강조하고 경제의 여러 분야에서 생산을 독려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을 것이다. 올해 신년사 구호를 “혁명적인 총공세로 사회주의 강국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자”라고 제시하고 기술혁신 등등을 언급하였지만, 현실적으로는 노력절약, 전기절약 등 절약과 동원으로 버티는 것 외에 다른 묘책이 없다.

 

3. 유일한 출로는 남한, 평창으로 돌파하라!

북한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출로는 남한이다. 특히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북한에 수차례 러브콜을 보낸 문재인 정부는 몇 년을 더 버텨야 하는 북한에게 고마운 생명줄이 아닐 수 없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동족의 경사’라고 추켜세우며 “그것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 핏줄을 나눈 겨레로서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대 이상의 파격적인 제안이다. 공개적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압박정책을 비난하면서도 대북정책 전반에 대해 전환의지를 보이고 있는 현 정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계산법이 작동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를 제안하며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참여를 독려하는 반전카드를 제시한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구상이 2월까지 잘 작동한다면, 남북관계가 봇물 터지듯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 “북과 남이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북남관계를 개선하며 자주통일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결정적인 대책을 세워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남조선의 집권 여당은 물론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인사들을 포함하여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내왕의 길을 열어 놓을 것”이어서 남북당국 간 대화는 물론 민간교류도 활발히 진행될 것이 예상된다.

문제는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화해 분위기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이 3월에 재개되면 북한이 여기에 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도 관건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북한의 위협에 겁을 먹고 미국이 대화모드로 전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북한의 ICBM 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한 기간이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보고서는 3월 위기설 등 평창 이후 더 강경한 압박 분위기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은의 말대로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전쟁은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미국은 북한을 더욱 강하게 옥죌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평창 이후 어떤 전략으로 한반도를 관리해 나갈 것인가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두 달 동안 화해협력 분위기를 최대한 끌어 올려 미국의 제제·압박 국면을 돌파한다는 북한의 계산법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미국의 거센 반대와 압박에 부닥치면 북한은 또다시 장거리 로켓발사 실험으로 도발을 감행할 것은 불문가지다. 북한의 개방과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중기해법과 평화구축 전략을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김병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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