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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칼럼: 누르면 반발도 커진다 – 이근 교수

뉴스레터/칼럼  칼럼  2006.10.16

 

누르면 반발도 커진다

이   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통일평화연구소 대외협력실장

 

 

 

북한이 결국 핵실험을 하고야 말았다. 그들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우리의 평화적 소망을 저버리고 이제 가공할 만한 위협수단을 보유하게 되었다. 한편 북한의 핵 보유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대북정책 목표는 무참하게 깨져버렸다. 이제 우리에게 새로운 숙제가 주어진 것이다. 북한이 왜 여기까지 왔고, 또 앞으로 어디까지 갈 것인지, 그리고 이에 대한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지 냉정하고 솔직하게 따져보는 것이 우리의 숙제다. 경각심을 늦추어서는 안 되겠지만 불필요하게 위기감과 혼란을 조장할 시점은 아니다.

 

북한은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된 시점인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지금까지의 흐름을 역추적해 보면 일정한 패턴이 발견된다. 그 패턴은 강한 쪽의 압박에 대해 약한 쪽이 보복수단을 개발하는 이른바 장군 멍군 싸움의 연속이다. 일단 두 나라가 장군 멍군의 싸움으로 들어가면 한쪽이 항복하지 않는 한 싸움은 어쩔 수 없이 지속될 수밖에 없고 국제정치의 세계에서는 장군 멍군이 압박과 보복수단의 강화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여기서 평화적으로 이 게임을 중단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서로 신뢰에 기초하여 그만두자는 합의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9·11 테러 이후 대 테러전의 일환으로 김정일 정권이라는 위협을 서서히 소멸시키려는 압박에 들어갔고, 정권 소멸의 위협을 느끼기 시작한 북한은 핵이라는 보복수단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였다. 그 와중에 6자 회담을 통한 대화의 노력이 있었지만 북·미간 상호 신뢰가 결여된 상태에서 결국 게임은 양국간 장군 멍군의 연속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미국이 금융제재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고이즈미 정부와 아베 정부로 이어지는 강경한 일본 정부가 동시에 압박의 수위를 높이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결국 북한은 핵실험이라는 고강도의 대응책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패턴이 작동하는 한, 강경한 원칙주의를 고수하는 부시 정부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으려는 김정일 정권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다. 즉 북핵 불용이라는 한국의 대북정책은 보수가 주장하는 압박의 해법이든 진보가 주장하는 햇볕의 해법이든 북·미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었다.

 

따라서 정부는 실패가 억울하고 화가 나겠지만 냉정히 정책목표를 핵을 가진 북한과 당분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핵을 가진 북한과 살아갈 때 정부는 우선적으로 한국 국민의 안전과 경제적 번영을 지켜내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여기서 한국 정부는 또 다시 쉽지 않은 두 가지 정책의 조화를 이루어 내야 한다. 하나는 한국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핵우산과 방어체제를 확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미동맹의 강화가 대북 압박 일변도로 발전하여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압박 일변도로 인한 한반도의 지속적인 긴장과 북한의 체제이완 내지 붕괴, 그리고 전쟁은 한국 국민의 생명과 경제적 번영에 매우 치명적인 손실을 입힐 것이 자명하다.

 

긴장이 높아지고,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국민의 생명은 물론 막대한 세금부담, 금융시장의 혼란, 사회적 정치적 무질서 등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 상황이 오게 된다. 한·미동맹의 강화와 안보태세의 확립은 매우 중요한 현실이 되었지만 앞에서 살펴본 북핵 위기의 패턴을 볼 때 한·미·일 공조를 통한 압박의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다. 고강도 압박은 오히려 북한 핵의 대량생산체제를 가속화시킬지 모른다.

 

한·미 공조를 통하여 북한 핵이 테러로 이어질 가능성은 차단하되 대화를 통한 해결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역설적으로, 핵을 보유한 북한은 생존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 경우 핵 제거를 위한 해법의 프로세스는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지겠지만 우리는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초당적 협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근 통일평화연구소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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