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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칼럼: 남과 북이 함께 설립한 평양 어깨동무 어린이병원 – 신희영 교수

뉴스레터/칼럼  칼럼  2006.12.12

 

남과 북이 함께 설립한 평양 어깨동무 어린이병원

신희영

서울대 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은 2000년 초 북한어린이 성장발달연구팀의 일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하여 남북어린이어깨동무와 같이 북한어린이 돕기 활동을 시작하여 2004년 6월 평양의 동대원구역 새살림동에 대지 5,450m2, 건축면적 3,880m2의 지하1층 지상 3층 30병상의 어깨동무어린이병원을 개원하였다. 착공에서 준공까지 2년 4개월의 힘든 준비기간을 거쳐서 개원한 이 병원은 현재 북한에서 유일하게 전해질, 혈액검사를 하면서 수액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이며 탈수, 영양장애 어린이의 치료를 주목적으로 건립되었으며 이러한 지원활동을 통하여 북한 어린이를 위한 체계적인 의료지원 제공, 북한의 자생력 확보를 위한 남북한 의료 교류협력, 남북한 어린이 교류기반 형성을 목표로 하였다. 남북어린이어깨동무가 재원을 마련하고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이 기술을 지원하여 개원한 이 병원은 일층에는 소아과 진료실, 구강 진료실, 약국, 방사선실, 응급진료실이 있으며 이층에는 입원실, 검사실, 회의실, 삼층에는 연구실과 교육자료실이 있다. 어린이영양연구소와 인접하여 지어진 이 병원의 옆에는 콩우유 공장도 같이 지어졌다.

 

북한에는 아직도 설사와 이에 따른 탈수로 사망하는 많은 어린이가 있으며 수액을 각 병원에서 만들어서 사용하는 이유로 정맥주사를 이용한 수액치료가 보편화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용천폭발 사고 시 화상으로 누워 있는 많은 환자가 수액 없이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에서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보통 화상의 경우에는 화상 부위에서 전해질의 손실이 많으므로 수액을 정맥으로 보충해 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치료인데 이러한 치료가 거의 없었다는 것은 수액치료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직도 많은 어린이가 폐렴과 설사병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하는 북한 의료진의 말을 처음에는 믿기가 힘들었지만 직접 확인해 본 결과 많은 어린이가 영양결핍 상태에 있으며 이러한 어린이들은 한 두 번의 설사로도 금방 탈수에 빠져 사망에 이르게 되는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질환을 우선 순위에 두고 병원의 건립을 시작하게 되었다.

 

중간에 힘든 시기에는 기존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사용하였으면 훨씬 쉬운 일이 되었을 텐데 하는 후회도 있었지만 남한의 민간단체가 지은 건물로는 정주영 체육관 다음으로 큰 건물인 병원이 대로변에 우중충한 회색빛 건물들 사이에서 핑크 빛의 외장을 자랑하면서 완공되었을 때 누구보다도 더 뿌듯한 감회를 느낄 수 있었다. 건물을 짓기 위하여 설계사를 비롯하여 모든 관계자들도 고생을 하였지만 의료진도 병원의 운영 시스템이 전혀 달라서 북한의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공부를 해야 했으며 오랜 기간 토의를 통한 합의도출이 필요하였다. 우선 가장 필요했던 부분은 우선 북한의 의료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의대는 몇 년을 다녀야 하는지, 의대에는 어떠한 사람이 지원할 수 있는지, 간호사는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 의대 졸업 후의 전공의 과정은 있는지, 과는 어떻게 선택하는지, 각 병원에 환자는 어떻게 가는지, 단계를 다 거쳐야 중앙병원에 올 수 있는지, 누구나 어느 병원을 선택하여 갈 수 있는지, 병원에서 밥은 어떻게 먹는지, 이부자리도 가져와야 하는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 였다. 너무나도 교류가 없어 아무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였다. 여러 번의 회의와 간담회를 통하여 단편적이나마 이러한 지식을 얻은 후 나름대로의 병원의 기능을 꾸밀 수 있었고 이에 따라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만들었던 설계를 대폭 수정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수액치료가 생소한 의료진에게는 우리의 교과서를 가져다 주면서 전반적인 의료교육이 필요하였고 다행한 것은 의료진의 수준은 상당히 높아서 우리가 전해주는 지식을 금방 이해할 수 있었으며 매우 능동적으로 남한의 지식을 수용하려는 자세를 보여 주었다는 점이었다. 평양의대에 진학하는 사람들의 수준은 역시 남한에서와 마찬가지로 가장 학력이 우수한 사람들이 진학을 한다고 하며 대부분 의사집의 아이들이 진학을 한다고 하였다. 마침 평양의대의 입학시험을 보는 날 평양의대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학부모들이 모두 아이들이 시험을 잘 보기를 기원하며 담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며 남한이나 북한이나 부모의 마음은 똑 같다는 점을 느꼈다.

 

개원 후 일년이 지난 후 운영기록을 받아 본 결과 월평균 24.2명이 21일 동안 입원하였고 외래는 1,688명이 진료를 본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예상하였던 수에 비하면 약 50% 정도에 불과한 수치였지만 직접 방문하여 확인해 본 결과 난방이 안 되는 기간의 휴무와 대상환자의 선별이 아직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 볼 때 만족할 만한 성과로 평가되었다. 어깨동무어린이병원에 대한 의약품과 재료지원은 운영기록의 확인과 방문하여 직접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후 다음 분기에 대한 물품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어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어깨동무 어린이병원이 매우 잘 운영되는 것을 보고 평양의대에서도 소아병동의 건립을 부탁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2006년 6월 15일에는 200병상의 평양의대 소아병동 착공식을 가졌다. 북핵 사태로 약간의 지연이 되기는 하였지만 이 사업도 현재 잘 진행이 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북한어린이 지원활동을 통하여 서울대학교병원은 북한 어린이를 위한 체계적인 의료지원 제공, 북한의 자생력 확보를 위한 남북한 의료 교류협력, 남북한 어린이 교류기반 형성을 목표로 꾸준한 노력을 할 것이다.

 

 

 

 

 

 

 

 

신희영 서울대 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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