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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칼럼: 북핵 위기의 새로운 전환점을 고대하며 – 황지환 선임연구원

뉴스레터/칼럼  칼럼  2007.03.05

 

북핵 위기의 새로운 전환점을 고대하며

 

황지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지난 2월 13일 설 연휴를 며칠 앞두고 베이징에서 보내온 새해 선물은 우리의 마음을 한껏 설레게 만들었다. 제5차 3단계 베이징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가 합의되면서 2005년 9월 19일 베이징 공동성명의 합의이후 경색국면으로 치닫던 북한 핵문제가 17개월 만에 다시 새로운 전환점의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9/19 공동성명의 원칙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 문제는 그동안 미국의 금융제재와 북한의 미사일 및 핵실험으로 인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2/13 합의는 이러한 악순환 고리를 끊고 한반도 주변의 안보지형을 선순환 구조로 전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우선 지난 9/19 공동성명이 “말 대 말”의 합의였다면 이번 2/13 합의는 초기단계이나마 “행동 대 행동”의 합의를 구체화시켜 2단계의 합의 이행 시간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합의의 최초 60일 이내에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쇄(shut down) 및 봉인(seal)하고, 이에 대해 미국은 전면적인 외교관계를 전제로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시작하며 참가국들이 북한에 중유 5만톤 상당의 긴급 에너지를 지원한다는 초기단계의 상호 조율된 조치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기반조성이 될 수 있다. 또한 9/19 공동성명의 합의 직후 바로 갈등을 빚기 시작했던 2005년과는 달리 최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호의적인 분위기에서 미국을 방문하는 등 북미관계의 긍정적인 변화는 다음단계로의 이행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한다. 2/13 합의의 초기단계 조치가 완전히 이행되고 북한의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의 불능화(disablement)”를 포함하는 다음단계도 이행된다면 북한 핵 문제는 결정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2/13 합의의 단계적 이행은 북핵 문제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그러한 낙관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만만치 않은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이후 20년 가까운 기간동안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차례 전환점의 기회가 있었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 전환점을 돌지 못하고 어렵게 거쳐왔던 그 길을 번번이 되돌아 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1994년 6월 카터-김일성의 극적인 빅딜에 이은 북미 제네바 합의나 2000년 가을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백악관 방문과 뒤이은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평양방문 등 북미관계의 진전이 이루어질 때마다 우리는 핵 문제의 원만한 해결에 대한 소박한 기대를 해 왔지만, 현실은 여지없이 우리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이번 2/13 합의에도 불구하고 장밋빛 기대가 우리에게 사치일 수밖에 없는 것은 북한 핵 문제가 가진 구조적 어려움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폐기(CVID)”를 원하지만, 북한은 북미관계가 개선되어 미국의 대북 안보위협이 제거되지 않는 한 자신들의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북한에게 있어서 핵무기는 김일성-김정일 체제를 옹위하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반테러 전쟁과 대량살상무기의 확산방지를 21세기 주요한 안보이슈로 상정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북한을 현 체제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 또한 미국의 이러한 세계전략 속에서 자신들의 안보를 분명하게 보장받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과 미국 모두에게 핵 문제는 타협의 여지가 없는 가장 우선적인 의제일 것이다.

 

북한 핵 위기가 냉전의 종식이후 북한 국가와 정권의 안보불안이 증폭되는 과정에서 본격화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이 스스로의 안보위협을 인식하는 한, 그리고 미국이 21세기의 새로운 안보전략을 구체화해 나가는 한, 북한과 미국의 입장은 팽팽한 평행선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북한 핵 문제는 미국의 대북정책과 북한의 내부 상황이라는 두 가지 커다란 변수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2/13 합의의 초기 단계가 비교적 쉽게 이행된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 단계, 즉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 논의 단계에서 우리는 북한 핵 문제의 구조적 문제에 다시 한번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은 근본적으로 북한과 미국 모두의 전환된 전략적 결단을 통해서 현실화될 수 있다. 2/13 합의는 일정부분 북미의 정책전환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전환이 전술적 전환이 아닌 전략적 선택의 전환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2/13 합의이후에도 우리는 아직 훨씬 더 머나먼 고난의 행군을 지속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렵게 마련된 이번 기회가 과거와는 달리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한 전환점이 되기 위해서는 초기단계의 이행이 그 다음단계에서도 “상호조율된” 조치로 실현되도록 하는 우리 정부의 외교적 역량이 절실하다.

 

 

 

 

 

 

 

 

황지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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