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우리나라 성인 3분의 1 이상 “통일 필요 없다” 역대 최고치
우리나라 성인 3분의 1 이상은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 ‘분단된 현 상태가 좋다’고 생각한다는 서울대 조사 결과가 2일 나왔다. 2007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보수는 북한에 부정적이고 진보는 긍정적이라는 기존 구도도 허물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이날 ‘2024년 통일 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7월 1일부터 같은 달 23일까지 만 19세 이상 1200명에게 “통일이 필요한가”라고 물었을 때 ‘그렇다’는 응답이 36.9%,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35%로 집계됐다.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후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역대 최저치를, 통일이 필요 없다는 응답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에 비해 통일이 필요하다(43.8%)는 응답과 필요하지 않다(30%)는 응답 변동이 컸다. 특히 20대(47.4%)와 30대(45%)에서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남북이 사실상 2개 국가로 분단된 현재대로가 좋다’고 한 응답자도 31.2%로, 작년(28.4%)보다 증가,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통일이 되지 말아야 할 이유로는 ‘통일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33.9%)’과 ‘통일 이후 생겨날 사회적 문제(27.9%)’가 지목됐다. ‘통일이 이념 갈등이나 범죄, 빈부 격차와 부동산 투기 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부정적 응답이 전체의 60% 이상이었다. 통일이 남한에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57%)도 이익이 될 것이라는 응답(43%)보다 많았다. 작년엔 각각 45.9%, 54.1%였다.
북한에 ‘적대 의식’을 가진 사람도 22.3%로, 작년(18.6%)보다 상승했다. 정치 성향과 대북 인식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던 기존 패턴도 변했다. ‘북한 정권과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진보 성향 응답자는 27.4%, 보수 성향 응답자는 26.7%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같은 답변을 한 응답자는 진보·보수에서 각각 41.3%, 24.2%였다. 김병로 통일평화연구원 부교수는 “북한과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진보층 인식에 북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범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올해는 오물 풍선 등 북한의 위협을 시민들이 생활에서 직접 체감할 일이 많았고, 북한 측에서 지난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며 남북 관계의 긴장이 높아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원장은 “특히 젊은 세대는 통일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짐으로 생각할 뿐 아니라, 북에 직계 가족이 없는 등의 이유로 민족의식이 상대적으로 약해 기성세대보다 통일 필요성을 작게 느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