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국민 35% “통일 필요 없어” 역대 최고…2030 절반이 ‘부정적’
중앙일보
입력 2024.10.02 21:09
업데이트 2024.10.02 21:15 이찬규 기자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의 ‘2024 통일 의식 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5%를 기록했다. 2007년 의식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사진은 2019년 남북평화를 바라는 천주교의 미사회. 연합뉴스
국민 3명 중 1명이 북한과 통일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역대 최고치다. 특히 2030세대는 절반 가까이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2일 이러한 내용의 ‘2024 통일 의식 조사’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전혀’·‘별로’ 합산)는 응답은 35%를 기록했다. 2007년 해당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반면 통일이 필요하다(‘매우’·‘약간’ 합산)고 답한 이는 36.9%로 역대 최저였다. 북한에 대한 적대 의식은 22.3%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였다. 2021년 11.2%에서 3년 새 두 배로 상승했다.
특히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2030세대에서 컸다. 20대 응답자 47.4%는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고, 22.4%만 필요하다고 답했다. 30대에선 ‘필요하지 않다’가 45%, ‘필요하다’가 23.9%로 조사됐다.
통일 불가론도 2030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높았다. 20대·30대 사이에서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응답이 각각 45.1%, 43.1%였다. 반면 40대 35.8%, 50대 34.7%, 60대 38.3%가 통일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통일을 부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통일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33.9%)으로 나타났다. ‘통일 이후 생겨날 사회적 문제’(27.9%), ‘남북 간 정치체제 차이’(19.2%) 등이 뒤를 이었다. 반대로 ‘통일이 남한에 이익이 될 것이다(‘매우’·‘다소’ 합산)’는 응답은 43%에 그쳤다.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저치였다.
통일평화연구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지는 남북 갈등·긴장을 이러한 부정적 인식 증가의 원인으로 꼽았다. 김병로 연구원은 “북한이 70년 이상 유지했던 민족·통일 정책을 폐기하고, 적대적 대남전략으로 전환한 데 따른 불안과 불신이 높아진 결과”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대북 정책에 대한 만족도는 지난해보다 12.8%포인트 하락한 55.9%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한국갤럽이 지난 7월 1∼23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 조사한 것이다.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2.8%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