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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내 핵무장 지지 60%?…‘경제 제재’ 길어질수록 반대로 기울어

미디어  2024.10.28
박민희기자
  • 수정 2024-10-10 16:54
  • 등록 2024-10-10 16:35
북한이 지난달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무기연구소와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하는 모습과 함께 공개한 우라늄 농축 시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무기연구소와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하는 모습과 함께 공개한 우라늄 농축 시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남북 긴장이 높아지면서 국내 핵무장 지지 여론이 60%를 넘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제재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지지율은 37%까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0일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주최한 ‘숫자에 가려진 핵무장 여론의 실체’ 학술회의에서 이경석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론조사 분석을 통해 자체 핵무장 지지율이 ‘경제적 타격’과 ‘한미동맹 약화’ 우려에 따라 대폭 감소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지난 5월 전국 성인남녀 17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핵무장 관련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개인이 6개월간 소득의 25%가 감소하는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면 핵무장 지지율은 57.8%로 조사됐다. 그러나 감소한 소득 회복에 6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지지율은 47.7%로 떨어졌고, 원상회복이 어려워질 경우 37.0%까지 추락했다. 핵 무장에 따른 개개인의 경제 타격이 지속될 수록 한국 대중들의 핵무장 찬성도가 크게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인도, 파키스탄, 북한, 이란 등의 경제 제재 사례를 참고해 핵무장을 추진할 경우 연 소득이 25% 하락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그동안 이런 경제적 비용을 명확히 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시된 핵무장 관련 여론조사에서는 핵무장 찬성 여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과 대비된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201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한국에서 실시된 자체 핵무장 찬반 여론조사 36건에서 핵무장 찬성률은 평균 61%였다.

이번 조사에서 한미동맹도 또다른 주요 변수로 드러났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유지될 경우의 핵무장 지지율은 59.4%이지만 핵무장의 여파로 한미동맹이 파기되고 주한미군이 완전히 철수하는 상황이 초래된다면 38.2%만 핵무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미동맹이 유지된다고 해도 주한미군이 완전히 철수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핵무장 지지율은 절반에 못 미치는 47.1%에 그쳤다.

반면 이번 조사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 추진으로 인한 한미 안보기술 협력 중단, 한미 에너지 협력 중단에 따른 원전수출 차단, 핵무기 개발에 걸리는 시간 등은 핵무장 지지율 변화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석 교수는 “우리 국민의 핵무장 지지율은 개인 소득 감소와 한미동맹의 파기에 따른 주한미군 철수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약 35% 대중은 비용에 무관하게 자체 핵무장에 찬성했고, 앞으로도 자체 핵무장 여론은 50% 넘게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제재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4년 이내로 한정된다면 응답자들은 50% 이상 핵무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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