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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차 평화학포럼] ‘협력적구술사’를 통한 냉전 대립에 균열 만들기

IPUS 오늘의 TV  평화학 포럼  평화학 포럼/세미나  2025.06.25

 

  • 일시: 2025년 6월 24일 화요일 16:00-17:30
  • 장소: 온라인 화상회의(ZOOM)
  • 발표: 조일동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인류학전공 부교수)
  • 좌장: 최은영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조교수)
  • 주제: ‘협력적구술사’를 통한 냉전 대립에 균열 만들기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평화, 그 다양성에 대하여]라는 대주제 하에, 조일동 한국한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인류학전공 부교수를 모시고 2025년 6월 24일 화요일 “‘협력적구술사’를 통해 냉전 대립에 균열 만들기”라는 주제로 제31차 평화학포럼을 개최하였다. 이번 포럼에서는 최은영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조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환영사와 함께 포럼의 막을 올렸다.

조일동 교수는 ‘협력적 구술생애사(Collaborative Oral Life History)’의 개념과 실천을 중심으로,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생애사 구술을 통해 탈식민과 냉전의 구조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한민족다문화 삶의 역사 이야기’ 프로젝트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지닌 6~8명의 고령 에스닉 코리안을 초청하여 1박 2일간 함께 지내며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협력적 구술사 실험이었다.

이 구술 방식은 단일한 개인의 생애사를 수집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참가자들이 서로의 삶을 듣고 질문하고 응답하는 ‘대화’의 형식을 통해, 집단적 상호작용 속에서 생애사가 함께 형성되는 과정을 중시하였다. 이때 의례적 시간과 공간 속에서 평등성과 공동체성이 형성되며, 이는 기존 사회 질서로부터 잠시 벗어나 새로운 인간관계와 감각을 창출하는 장으로 작동했다.

조 교수는 특히 귀환이주 코리안 디아스포라—조선족, 고려인, 재일동포, 사할린 동포, 탈북자 등—의 구술사에 주목하였다. 이들은 (탈)식민과 냉전이라는 구조적 폭력의 결과로 형성된 존재이며, 한국 사회 내에서 여전히 ‘주변인’ 혹은 ‘타자’로 간주된다. 구술사에 참여한 인물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가족사와 식민경험에서부터 시작하여 설명하였고, 이를 통해 탈식민 냉전의 현재성과 지속성을 드러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사례로, 2013년 한 구술 모임에서 만난 민간인학살 피해자 유족 박순이 씨와 가해자로 지목되는 만주군 출신 장교의 딸 이원숙 씨 간의 상호작용이 소개되었다. 두 사람은 예상치 못한 가족사 연결고리를 통해, 서로를 향한 분노와 거리감보다는 상대의 삶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였고, 이는 이념·국적·체제를 넘어선 인간적 공감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이 협력적 구술사의 경험이 화해와 치유로 직결되지는 않더라도, 피해-가해라는 이분법적 인식을 넘어선 대화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고 강조하였다. 나아가 단일한 민족 서사에 가려졌던 내부의 ‘다름’을 드러내며, 다양성과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평화 담론의 형성과 확산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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