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차 평화학포럼] 정동의 포획과 탈주: 군대 예능과 양심적 병역거부가 재현하는 몸들
- 일시: 2025년 8월 26일 화요일 16:00-17:30
- 장소: 온라인 화상회의(ZOOM)
- 발표:ᅠ황인택 (가톨릭대학교 국제학부 강사)
- 좌장:ᅠ김연희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GSIS) 강사)
- 주제:ᅠ정동의 포획과 탈주: 군대 예능과 양심적 병역거부가 재현하는 몸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평화, 그 다양성에 대하여]라는 대주제 하에, 황인택 가톨릭대학교 국제학부 강사를 모시고 2025년 8월 26일 화요일 “정동의 포획과 탈주: 군대 예능과 양심적 병역거부가 재현하는 몸들”이라는 주제로 제33차 평화학포럼을 개최하였다. 이번 포럼에서는 김연희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GSIS) 강사가 좌장을 맡았고, 환영사와 함께 포럼의 막을 올렸다.
황 박사는 비판적 군사연구(Critical Military Studies)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전통적 국제정치학에서 군사연구가 주로 전쟁, 군사력, 병력 운용 등 거시적 차원에만 집중하며, 개별 병사의 신체 경험이나 일상적 감각은 분석에서 배제된다고 지적했다. 즉, 국제 정치에서 평화와 전쟁을 다루는 ‘진지한 연구’에서도, 개인이 느끼는 가장 내밀하고도 확실한 고통과 신체적 경험은 주목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비판적 군사연구는 이러한 개인적·미시적 신체 경험과 정동(affect)을 포착하여, 국가와 군사, 국제정치 구조가 개인과 사회의 감각과 행동을 어떻게 형성하고 통제하는지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황 박사는 정동을 분석한 사례로,〈가짜 사나이〉와 〈백서〉를 비교하였다. 그는 먼저 정동의 개념을 감정(emotion)과 구분하며, “몸의 경험에 주목할 때 드러나는 ‘몸의 잠재력’”이라고 정의했다.
〈가짜 사나이〉는 일반인부터 유명인사까지 다양한 참가자가 특수부대 훈련을 체험하며 극한의 신체적 고통을 견디는 과정을 담은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이다. 황 박사는 이 프로그램이 신체를 자기계발적·영웅적 모델로 제시함으로써, 한국 사회에서 군사화된 남성성과 경쟁적 자기관리 담론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즉, 신체적 고통의 ‘극복’을 통해 정동이 포획(capture)되고, 결과적으로 군사주의적 가치와 사회적 규범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반면,〈백서〉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가 제작한 영화로, 징역과 사회적 압박 속에서 흔들리는 ‘몸’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군사주의적 서사가 포획하려는 정동을 탈주(flight)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도 신념을 지키는 몸의 경험을 보여줌으로써, 기존 군사주의적 정동과 남성성 담론에 균열을 만들고, 관객이 새로운 삶과 관계의 가능성을 상상하도록 한다.
황 박사는 이어 정동 정치(affective politics)의 개념을 강조했다. 정동 정치는 단순히 감정을 느끼거나 표현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정치적 맥락 속에서 정동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형되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회적 가능성이 어떻게 열리는지를 분석하는 틀이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군사주의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저항과 탈주의 잠재력을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황 박사는 정동 정치가 평화 정책과 사회적 개입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그는 북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들어, 단순한 조약 체결이나 국가 단위의 정책보다, 현장에서의 대화, 지역사회 참여, 그리고 여성과 청년 중심의 갈등 전환 활동을 통한 장기적 평화 구축 노력이 진행되고 있음을 설명했다. 정동 정치의 관점에서 사람 간 신체적·정서적 만남과 공감 경험은 평화 구축 과정의 기초가 되며, 즉각적인 결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일상 속 작은 변화를 통해 장기적 평화의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다는 결론으로 발표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