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차 평화학포럼] 전쟁에게 평화를 묻다: 전쟁과 평화의 인문학
- 일시: 2026년 4월 29일 (수) 오후 5시 – 6시 30분
- 장소: 온라인 화상회의(ZOOM)
- 발표: 이찬수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평화학전공 강사)
- 사회: 강혁민 (경희대학교 국제대학 아시아학과 조교수)
- 주제: 전쟁에게 평화를 묻다: 전쟁과 평화의 인문학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2026년 4월 29일 수요일, 이찬수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평화학전공 교수를 모시고 “전쟁에게 평화를 묻다: 전쟁과 평화의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제37차 평화학포럼을 개최하였다. 이번 포럼은 강혁민 경희대학교 국제대학 아시아학과 조교수가 사회를 맡아 온라인 화상회의(ZOOM)로 진행되었다.
이찬수 교수는 종교학에서 평화학으로 이어진 자신의 학문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전쟁과 폭력의 문제를 정치·외교적 사건에 한정하지 않고 인간, 집단, 언어, 종교, 국가의 차원에서 성찰하는 인문학적 강연을 진행하였다. 그는 전쟁의 원인을 표층적 원인과 심층적 원인으로 나누어 설명하며, 정치 권력 투쟁, 영토 분쟁, 경제적 이권, 외교적 실패와 같은 가시적 원인뿐 아니라 종교·문화적 신념의 충돌, 이념 갈등, 집단 정체성과 타자의 비인간화, 역사적 트라우마, 사회적 불평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한다고 보았다. 특히 전쟁은 하나의 사건이나 명분으로 환원될 수 없으며, 오래된 적대성, 구조화된 폭력, 폭력을 정당화하는 문화적 태도가 서로 얽히며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 교수는 제1차 세계대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 20세기 일본의 조선 침략 등을 사례로 들며 전쟁의 명분과 실제 동기가 어떻게 어긋나는지 살폈다. 그는 전쟁의 표면에는 안보, 동맹, 자원, 체제 방어와 같은 명분이 제시되지만, 그 이면에는 제국주의적 팽창, 민족주의적 긴장, 제국적 향수, 정체성의 충돌, 내부 불안의 외부화 등이 자리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이 교수는 전쟁의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누가 먼저 공격했는가’라는 법적·외형적 기준을 넘어, 전쟁을 가능하게 하는 심층의 역사적·문화적 조건을 함께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자기중심성’이었다. 이 교수는 전쟁과 갈등의 근원에는 자신과 자기 집단을 중심으로 세계를 해석하려는 경향이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자기중심성은 집단 정체성으로 확장되고, 근대 민족국가는 ‘우리’와 ‘그들’, ‘동지’와 ‘적’을 구분하며 외부자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 특히 그는 이러한 경계 설정을 ‘점선’과 ‘실선’의 비유로 설명하며, 경계가 넘나들 수 있는 점선으로 남아 있을 때에는 소통과 조정이 가능하지만, 실선처럼 굳어질 때에는 차이가 대립으로, 타자가 적으로 전환되기 쉽다고 보았다. 이 교수는 한반도의 반공과 반제, 남북 간 적대 역시 이러한 자기중심적 해석과 경계의 실선화 속에서 지속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교수는 평화라는 말 자체도 자기중심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화는 보편적으로 긍정적인 가치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각 주체가 자신에게 유리한 질서와 안정을 ‘평화’라는 이름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자기중심적 평화주의’로 설명하며, 강자의 평화는 기존 질서의 안정으로, 약자의 평화는 불평등의 제거로 이해될 수 있다고 보았다. 같은 사건도 한국에서는 광복절, 북한에서는 조국해방기념일, 일본에서는 종전기념일로 불리고, 6.25전쟁 역시 북한에서는 조국해방전쟁, 중국에서는 항미원조전쟁으로 불리듯이, 전쟁과 평화를 이해하는 언어는 주체의 위치와 기억에 따라 달라진다. 이 교수는 이러한 차이가 반복·축적될 때 갈등이 사고방식과 언어, 제도, 일상적 관계 속에 스며들어 ‘갈등의 문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평화의 가능성을 ‘실낱같은 평화’와 ‘감폭력(減暴力)’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 자아의 불안정성, 언어의 제한성, 집단의 비도덕성, 근원적 부정성이 얽혀 갈등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평화는 결코 단순히 완성되거나 보장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평화는 폭력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라기보다, 현실 속에 작동하는 물리적·구조적·문화적 폭력을 줄여가는 과정, 곧 ‘감폭력’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 자기 인식의 심화, 언어의 겸손, 타자의 관점에 대한 개방성, 시민사회와 종교의 구조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하며, 평화를 단수의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복수의 ‘평화들’로 이해하고 조율해 가는 평화다원주의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발표를 마무리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