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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차 평화학포럼] 한국사회의 인종주의와 이주민 혐오

IPUS 오늘의 TV  평화학 포럼  평화학 포럼/세미나  2024.06.21

 

  • 일시: 2024년 6월 19일 수요일 17:00-18:30
  • 장소: 온라인 화상회의(ZOOM)
  • 발표: 이소훈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 좌장: 박서연 (안산다문화작은도서관 관장)
  • 주제: 한국사회의 인종주의와 이주민 혐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평화로운 공존: 탈분단과 다문화]라는 대주제 하에 이소훈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를 모시고 2024년 6월 19일 수요일 ‘한국사회의 인종주의와 이주민 혐오’라는 주제로 제24차 평화학포럼을 개최하였다. 이번 포럼에서는 박서연 안산다문화작은도서관 관장이 좌장을 맡았고, 환영사와 함께 포럼의 막을 올렸다.

이번 포럼에서 이소훈 교수는 인종과 관련한 개념이 처음 등장한 지난 세기의 상황을 현재와 비교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이를 통해 우리가 가진 인종에 관한 오해와 선입견을 생각해 보고자 했다. 이에 이소훈 교수는 세 가지의 논지를 우선 제시했는데, 첫 번째로 “인종은 구성된 개념이며 역사적으로 백인우월주의는 유럽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를 정당화하도록 작용했고, 인종의 개념은 근대와 근대화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이소훈 교수는 “역사적으로 ‘한국인’의 형성은 인종적 과정을 수반했지만, 독특한 역사적 과정 때문에 인종적 위계질서는 가려지고, 모순적이고, 절충된 논리로 전개되었다”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소훈 교수는 “21세기 고소득 국가 반열에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역사적으로 형성된 인종주의 개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이에 기반하여 인종주의의 새로운 양상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살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우선 이소훈 교수는 아니발 키하노(Aníbal Quijano)가 정의한 개념을 바탕으로 인종에 대한 개념적 접근을 시도하며 이를 “생물학적 차이에 관한 믿음에 기초하여 식민주의 등 권력구조 및 지배 관계를 자연스러운 우/열의 성질로 정당화하는 사회·역사적으로 구성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소훈 교수는 Omi & Winant (2014)의 연구를 인용하며 “인종적 정체성은 일련의 역사 사회적 과정을 통해 생성되고 경험되며, 따라서 이는 고정된 관념이 아니라 (재)정의되고 변형되며 파괴되고 경합한다”라고 설명했고, Keevak (2011)의 연구를 소개하며 “‘몽골인종’이 19세기 의학담론의 부상으로 인해 백인종(Caucasian)과 유색인종을 ‘과학적’으로 구분할 목적에서 백인종의 신체적 특성과 비교하여 몽골인종의 ‘생물학적 결함’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소훈 교수는 동아시아인이 서구세계의 존재론적 위협을 야기한다는 ‘황화론(Yellow Peril)’을 소개하며 1800년 후반부터 이어지던 황인종에 대한 인종주의의 역사적 흐름에 관해 설명했고, 이후로 “‘폭력적인 유색인종 남성’과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인종주의라는 인종주의적 젠더 규범이 되풀이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소훈 교수는 한국의 인종주의에 대한 역사적 접근을 시도하며 인종 개념이 한국에 들어오게 된 구한말 시기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백인 유럽제국을 중심으로 확립된 세계질서와 유럽제국의 아시아 침공 속에서 일본 주도의 범아시아주의(Pan-Asianism)와 대동아공영권(Greater East Asia Co-Prosperity Sphere)은 당시 식민주의 정당화의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이 교수는 “사회 전반에 퍼진 사회진화론의 영향으로 백인종의 우월함과 우월 인종의 식민지배를 ‘당연한 것’으로 수용하는 약육강식 원리가 만연했고, 이러한 믿음은 우생학 등의 ‘과학(유사과학)’ 담론의 등장으로 뒷받침되고 아시아의 멸종 위기에 대한 절박함과 함께 등장했다”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서구에서 유래한 인종과 민족이라는 근대 개념은 조선의 지식인층이 격변하는 세계질서 속 민중의 집합 정체성을 의식화하는 개념으로 활용하도록 했다”라고 설명하며, 구체적으로 “19세기 말에 등장한 ‘인종’ 개념은 민족보다 더 일찍 조선의 지식인들이 세계를 이해하고 세계 속 한국을 위치짓는 개념적 틀로 기능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민족’ 개념은 20세기 초에 등장하며 신채호 등 지식인을 중심으로 ‘한민족’ 정체성의 구성으로 이어졌지만, 일본은 언제나 민족 개념을 인종적인 의미로 사용했고 이를 식민지배에 중요 담론으로 활용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소훈 교수는 이를 두고 몇 가지 시사점을 제시하며 “‘인종’과 ‘민족’ 개념은 근대적 민중 정체성이 필요한 시기에 아/타와 우/열을 구분할 수 있는 개념적 틀을 제공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구제국이 아닌 비백인제국인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은 한국의 역사는 일제의 인종 이데올로기와 인종주의를 가리는 효과를 불렀지만, 한국의 민족주의는 일본의 식민주의를 부정하면서도 ‘단군 혈통’과 같이 인종/민족에 대한 개념적 틀과 도구를 수용/답습하기도 했다”라고 역설했다. 이소훈 교수는 “이처럼 ‘한민족’이라는 개념은 인종적인 과정을 수반하여 정체성으로 확립되었다”라고 밝히며 “이를 외향적, 비교적, 글로벌 과정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다시 말해, “백인식민지배를 받았던 사회와 달리 인식론적, 지식 생산의 관점에서 탈식민의 과정이 인종 관련 논의를 배제한 채 전개되었지만, 인종/인종주의적 개념이 백인우월사상을 기초로 한다는 것을 상기하며 우리 사회 깊숙히 내면화된 개념과 일상적 용어사용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한국인’ 정체성이 내포하고 있는 인종적 의미와 동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소훈 교수는 ‘21세기 새롭게 등장한 인종주의의 동력에 대해 살펴보면서 그 동력의 토대가 되는 한국인성의 성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세 가지 사례에 대해 분석했다. 이 교수는 첫 번째 사례로 아프리카 부족의 장례식을 패러디했던 ‘관짝소년단’ 사건을 다루며 “블랙페이스 자체가 흑인을 희화화하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대단히 인종적인 것이며, 이를 유머로 활용한다는 것 자체 또한 인종주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 사례로 이소훈 교수는 코로나 기간 중 ‘외국인 출입 금지’ 업소를 꼽으며 “이는 외국의 사례에서 발견되는 ‘아시안헤이트’와 같이 ‘외국인’을 공포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인종차별적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북구 이슬람 사원 건축 반대’를 마지막 사례로 꼽은 이소훈 교수는 “이슬람 혐오라는 감정은 백인우월주의에 기반한 것으로서, 서구에서 유래된 이 혐오는 한국 사회에서 다시금 답습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소훈 교수는 위 세 가지 사례를 통해 드러난 한국 사회에 내재된 이주민 혐오를 인식하고 이에 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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